곤충은 자연에서만 발견된다는 생각은 이제 옛말입니다. 현대 도시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곤충들이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파리나 바퀴벌레 외에도 독특하고 생소한 곤충들이 의외로 도심 속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시 환경에 잘 적응했거나, 우연히 유입되어 흥미로운 생태를 가진 ‘이색 곤충’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특징과 도시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알아보겠습니다.
흰줄숲모기 (Asian tiger mosquito)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는 도시 공원, 하천, 화단 주변 등 도심에서 자주 발견되는 대표적인 외래종 곤충입니다. 몸체는 검정색에 흰 줄무늬가 있어 쉽게 구분되며, 일반적인 모기보다 공격성이 강하고 낮에도 활발히 활동합니다. 원래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였으나, 해외 물류, 특히 타이어 수입 과정에서 알이 유입되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도시 내 작은 웅덩이나 배수구, 화분 받침 등에 물이 고이면 번식이 가능해, 도시 환경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문제는 이 모기가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열 등을 옮길 수 있는 매개체라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도 기온 상승과 함께 서식 지역이 북상하고 있어, 질병 감염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흰줄숲모기의 생태와 행동을 활용해 ‘모기 유인 퇴치기’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도시 보건과 관련해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곤충입니다.
도심 속 거미벌레 (Earwig)
거미벌레는 겉보기엔 바퀴벌레와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생물입니다. ‘집게벌레’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곤충은, 끝부분에 뾰족한 집게 같은 기관이 달려 있어 외형이 독특합니다. 도시에서는 주차장, 쓰레기장, 화단, 정원, 지하창고 등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종종 발견되며, 주로 밤에 활동합니다.
거미벌레는 사람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부패물이나 썩은 식물, 해충의 알을 먹는 청소부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집 안으로 유입되면 외형적 혐오감 때문에 해충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사실 이 곤충은 도시 생태계에서 유익한 곤충 중 하나로, 자연 분해를 돕고 해충 밀도를 조절하는 데 기여합니다.
거미벌레는 위협을 느끼면 꼬리 집게를 들고 자세를 취해 위협하지만, 실제로는 공격성이 거의 없습니다. 도심에서 보기 드물긴 해도 꾸준히 발견되는 종이며, 최근에는 도시 곤충 다양성 연구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대왕풍뎅이 (Hercules beetle, 도심 유입 사례)
대왕풍뎅이는 본래 아마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곤충으로, 국내 도심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곤충 사육 붐과 애완곤충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도심지에서 유기된 개체나 탈출한 개체가 발견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Hercules beetle은 세계에서 가장 큰 딱정벌레 중 하나로, 성충의 경우 길이가 17cm에 달합니다. 거대한 뿔과 번쩍이는 갑각이 특징이며, 도심 속에서 발견되면 상당한 주목을 받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위협이 되지 않지만, 생태계 외래종 유입 문제로 환경 당국의 관리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도시 외래곤충으로 분류되기도 하며, 적절한 사육 지식 없이 방치되면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대왕풍뎅이는 도심 속 이색 곤충으로 점점 빈도는 높아지고 있으며, 자연 상태에서 적응해 자생하기는 어렵지만 공원이나 학교 숲 등에서 간헐적으로 목격 사례가 존재합니다.
도시는 단지 인간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수많은 곤충들이 이 환경에 적응하고, 때로는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새로운 공간에 유입되며, 도심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흰줄숲모기처럼 보건 위협이 되는 곤충부터, 거미벌레처럼 생태적으로 유익한 곤충, 그리고 대왕풍뎅이처럼 이색적 존재까지, 도시 곤충은 그 다양성과 역할 면에서 재조명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회색빛 도시 속에도 작지만 놀라운 자연이 숨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